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2차 전지 배터리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 중이다. 누가 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배터리를 생산하느냐? 이를 누가 더 저렴하게 공급하느냐에 사운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못지않게 배터리 핵심소재 분야도 여러 업체들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주요 기업으로 포스코퓨처엠, LG화학, 에코프로, 엘엔에프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배터리 핵심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를 생산한다. 양극재란 배터리의 (+) 극, 즉 양극을 이루는 소재를 말하며 리튬의 공급원으로 배터리의 용량과 평균 전압을 결정한다. 근데 다 똑같은 양극재가 아닌가? 만약 아니라면 어떤 면에서 다른지 한번 알아보기로 한다.
포스코퓨처엠은 3가지 타입의 '하이니켈' 양극재를 생산한다. 니켈의 함량이 높은 양극재를 말한다. NCM-6x, NCM-8x, NCMA. 제품군의 차이로 눈에 띄는 점이 니켈의 비중이다. 니켈의 비중은 약 60% 또는 약 80%로 되어 있다. 전기차 기준으로, 니켈의 비중을 늘리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전기차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증가하고, 출력이 더 높은 전기차를 제조할 수 있다. 그렇다면 NCM-6x을 "8x"로 대체 생산하고, 니켈의 비중을 더 높이면 좋지 않나? 문제는 니켈의 비중을 늘릴수록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니켈의 비중을 늘리면서 안전성도 확보하는 것이 양극재 기술의 핵심인 것이다. 현재 업계에선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90~94% 수준 또는 그 이상까지 높이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LG화학도 마찬가지로 망간계 '하이니켈' 양극재를 생산한다. 포스코퓨처엠과의 차이는 니켈의 비중을 더 다양하게 사용하면서 제품군의 개수가 두 배 정도 된다. 이는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둘은 공통적으로 차세대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에 적극적인데 국내외 부지에 하이니켈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는 등 투자규모를 늘리고 있다. 여기서 차세대 하이니켈 양극재는 'NCMA'로 알루미늄이 첨가된 제품이다. 주로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포스코의 포스코퓨처엠과 LG화학이 양극재 생산투자에 적극적인데 과연 이 사이에 끼어들 틈이 있을까? '양극재'하면 또 자주 언급되는 곳으로 에코프로와 엘엔에프가 있지 않은가?
에코프로 같은 경우, 다른 배터리 소재 업체와 다르지 않게 하이니켈 양극재 제품을 취급한다. 다만, 니켈-코발트-망근(NCM) 뿐만 아니라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제품도 비중 있게 생산한다. NCA 양극재는 알루미늄의 특성이 더해져 더욱 높은 에너지 밀도와 출력이 가능하지만 안전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에코프로는 차기 양극재 생산품으로 'NMX' (코발트 프리 또는 코발트 함량 5% 이하)와 'OLO' (리튬과잉산화물 / 망간, 리튬 함유량 극대화)을 포함시킨다. 니켈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발생한 원가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자 하이니켈 양극재를 대체하는 '중저가' 제품이다. 테슬라,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등 완성차 업체들이 'LFP' (리튬인산철)와 같은 중저가 배터리 조달 비중을 늘리는 행보에 '맞춤' 솔루션이다.
엘앤에프 또한 가성비 좋은 LFP 배터리용 양극재에 적극 투자한다. LFP 양극재에 망간을 추가한 LFMP 양극재와 망간리치 (망간의 함유량을 높임) 양극재도 양산 로드맵을 준비 중이다. 최근 중국과 테슬라가 LFP 배터리 채택을 확대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엘엔에프에 따르면 하이니켈 양극재(NCM+NCMA) 생산 비중은 이미 연매출 7조 원에서 약 70%에 육박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이다.
대략적으로 살펴본 결과, 포스코퓨처엠과 LG화학은 'NCM' 양극재와 차세대 하이니켈 양극재 'NCMA'를 집중공략한다면 에코프로와 엔앤에프는 중저가 양극재도 비중 있게 취급하면서 전방위적 시장 점유를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선택과 집중' 그리고 '정도'에 차이이다. 'NCM' 양극재와 'NCMA' 양극재에 한해서는 빅 4로 불릴만하고, 미래의 순위 경쟁은 누가 더 뛰어난 성능의 제품을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게 공급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다. 모든 업체들이 현재 시장수요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차세대 양극재 생산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만 보더라도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배터리 시장의 잠재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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